독서와 작문은 단순한 이해나 표현 훈련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창의적 과정이다. 테크놀로지의 결합은 이 창의 과정을 확장하고 가속한다.
창의·융합 과정으로서의 독서·작문 교육과 테크놀로지
― 읽고 쓰는 행위 자체가 ‘지식 창조’라는 점을 잊지 말 것
1. 왜 독서·작문 교육을 ‘창의·융합 과정’으로 보아야 하는가
국가, 사회, 교육은 모두 “창의성”을 핵심 가치로 말한다. 인공지능, 기술 혁신, 사회 갈등 해결 등 모든 영역에서 창의적 사고 능력은 필수 역량으로 취급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 발전은 새로운 발견, 새로운 발명, 새로운 관점 전환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창의성은 뭔가 ‘영감의 번개’나 ‘특별한 천재의 신비한 능력’처럼 신비화되곤 했다. 특히 20세기 전반부 심리학은 창의성을 무의식의 작용이나 초월적 재능으로 치부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잘게 쪼개서 분류(유목화)하는 데 머무르면서 실제 교육적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국면이 달라졌다. 언어학과 심리학의 관심이 “형식” 자체에서 “의미”로 이동하면서, 인간을 단순한 정보 처리 장치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지식을 다루고 새로 구성하는 존재”로 보는 관점이 강화되었다. 이 변화는 독서·작문 교육을 ‘창의성 교육의 핵심 장(場)’으로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2.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지적 작용”
심리학과 언어학이 “의미”와 “지식”을 중심에 두면서, 창의성은 더 이상 막연한 ‘기발함’이 아니라 훨씬 구체적으로 정의된다.
창의성 = 의미(지식)를 새로 만들어 내는 지적 작용.
즉, 창의성은 신비한 영감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과 의미를 재료로 하여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정신 활동이다.
이 정의를 그대로 가져오면, 독서와 작문(그리고 말하기·듣기까지 포함한 언어 활동)은 본질적으로 창의 활동이 된다. 왜냐하면:
- 읽기는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정보를 나의 배경지식, 경험, 가치관과 결합해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 쓰기는 그 새롭게 구성한 의미를 언어로 조직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메시지로 세상에 내놓는 과정이다.
즉, 독자와 필자는 각각 “자신에게는 처음인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 의미는 그 사람에게 실제로는 새로운 지식이다. 다시 말해, 독서와 작문 과정은 곧 개인 단위의 창의 과정이다.
이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교육은 결국 ‘개별 학생’에게서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마다 지식 배경, 경험 세계, 감정 자원, 문제의식이 다르므로, 각 학생이 독서·작문을 통해 만들어내는 의미(=지식)는 서로 다르다.
따라서 지도 역시 획일적으로 “정답 해석”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 개별의 의미 구성 과정 자체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3. 왜 국어과(읽기·쓰기)가 특히 창의성과 직결되는가
학교 교육 전반을 비교해 보면, 대부분의 교과는 지식 “전달” 중심으로 운영된다.
- 수학, 과학, 사회 등은 주로 이미 정립된 지식을 제시하고,
- 학생은 그 지식을 이해·암기하고,
- 시험 상황(문제 사태)에 맞게 적절히 “적용”하는 방식으로 훈련받는다.
이건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 구조 안에서는 학생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주체’**로 경험되기 어렵다. 학생은 주어진 지식을 옮기고 재사용하는 사람으로 남기 쉽다.
반면 국어과에서의 독서·작문(그리고 말하기·듣기)은 다르다.
- 학생은 텍스트를 읽으며 스스로 의미를 재구성하고,
- 자신의 언어로 새로운 주장, 새로운 시각, 새로운 문제 제기를 글(혹은 말)로 생산한다.
즉, 국어과에서의 독서·작문 교육은 학생에게 “지식 생산자의 자리”를 실제로 맡긴다.
이 지점에서 독서와 작문은 단순 표현 훈련이 아니라 지식 창조 훈련이 된다.
이 말은 곧, 국어과 수업은 (1) 사고의 고도화, (2) 창의적 의미 구성, (3) 자기 관점 형성의 장이라는 뜻이며, 이것은 단순 국어 능력 향상을 넘어 “자기 생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4. 읽기·쓰기 = 융합적 사고의 장
독서와 작문에서는 단일 기능만 작동하지 않는다. 의미 구성은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요소가 동시에 얽힌다.
- 인지적 측면: 독자는 텍스트의 정보를 분석하고, 자신의 지식 체계와 결합해 재해석한다.
- 정서적 측면: 공감, 거부감, 감동, 분노 같은 정서 반응은 의미 구성을 자극하고 방향을 바꾼다.
- 사회적 측면: 말하기·듣기 활동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거치며 자신의 생각을 조정하거나 확장한다.
이건 곧 “융합”이다. 읽기와 쓰기는 사고, 감정, 가치 판단,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합된 복합 과정이며, 여기서 탄생한 의미는 특정 교과에만 갇히지 않는다. 현실 문제 해결, 공동체 의사소통, 의사결정, 자아 성찰 전부로 확장된다.
즉, 독서·작문 교육은 언어 교육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고 전체를 통합하는 훈련”이다. 이게 바로 창의·융합 교육의 실질적 현장이다.
5. 테크놀로지가 이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오늘날 독서·작문은 더 이상 종이책과 공책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필기 도구, 검색 환경, 협업 문서, 댓글 기반 토론, 멀티미디어 자료, 생성형 도구 등으로 확장되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발생한다.
- 배움의 장이 무한 확장된다.
다양한 자료, 다양한 관점, 다양한 맥락을 동시에 비교·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 학생은 훨씬 더 풍부한 지식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구성할 수 있다. - 과정 지도가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결과물(완성된 글)만 평가했다면, 이제는 생각을 적어 가는 중간 단계, 자료 수집 과정, 수정 이유, 토론 기록까지 확인하고 피드백할 수 있다.
→ 교사는 학생의 “사고 진행 과정” 자체를 지도할 수 있다.
→ 이건 곧 창의성의 과정을 직접 교육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 자기 주도 학습 강화
학생은 필요할 때 자료를 찾고, 자기 주장에 맞는 근거를 수집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재조합할 수 있다.
→ 교사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동형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세우고 답을 구성하는 주체로 선다. - 초인지적 사고(메타인지) 촉발
디지털 환경에서 학생은 자기 글을 돌아보고 수정하며, “왜 이렇게 썼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다.
→ 읽기·쓰기 과정 전체가 스스로 점검·조절 가능한 학습 루프가 된다.
결과적으로 테크놀로지는 독서·작문 교육을 “지식 수용 교육”에서 “지식 창조 교육”으로 더 분명하게 이동시키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6. 교육적 결론: 왜 독서·작문은 핵심 교과인가
독서와 작문(그리고 말하기·듣기까지 포함한 언어 행위)은 단순 교과목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적·사회적·국가적 수준에서 핵심적 기반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소통과 협력의 기본 수단
사회적 합의, 공동 과제 해결, 민주적 결정 과정 모두 언어적 상호작용(설명하기, 설득하기, 비판하기, 조정하기)에 의존한다. - 고차 사고의 훈련장
독해, 비판, 재구성, 제안, 설득, 반박 등은 모두 고등 사고 기능이다. 독서·작문 교육은 그 자체로 고차 사고 훈련이다. - 창의의 실제 구현 장소
학생은 스스로 “세상에 없던 문장, 없던 관점, 없던 해결책”을 언어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순간 학생은 더 이상 수동적 학습자가 아니라 창조 주체다. - 존재의 격상(자기 형성)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서·작문 활동을 인간을 “지식을 창조하는 존재”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라고까지 말한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듯, 인간도 언어를 통해 의미와 지식을 창조하며 세계를 새롭게 조직한다는 비유다.
이 비유는 독서·작문을 단순 기능 교육 이상으로 격상시킨다.
→ “나는 글을 쓴다” = “나는 세계를 재구성한다.”
7. 요약 (수업·블로그 본문에 바로 쓸 핵심 정리)
- 창의성은 특별한 천재성의 산물이 아니라, 의미(지식)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이다.
- 독서와 작문은 기존의 의미·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지식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며, 이 점에서 본질적으로 창의적이다.
- 국어과의 읽기·쓰기(말하기·듣기 포함)는 학생을 단순 ‘지식 수용자’가 아니라 ‘지식 생산자’로 세우는 드문 교과적 장치다.
- 테크놀로지의 결합은 자료 접근성, 협업, 피드백, 과정 추적을 통해 이 창의 과정을 가시화하고 강화한다.
- 결국 독서·작문 교육은 단지 “국어 실력 키우기”가 아니라,
자기 주도 학습 → 메타인지 → 새로운 지식 생산 → 사회적 소통 능력으로 이어지는 고차 사고·창의의 훈련이다. - 이런 의미에서 독서·작문 교육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국가 수준의 핵심 역량 양성의 기반이 된다.
출처: 노명완, 『독서 연구』 제35권, 한국독서학회, 2000, 40~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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