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문식성은 텍스트 속에 숨어 있는 권력과 불평등, 이념을 읽어내고 이에 저항적으로 대응하며 사회적 변화를 모색하는 능력이다. 단순 이해를 넘어 사회적 실천까지 요구한다.
― 글을 ‘읽는 것’을 넘어, 세상을 ‘해석하고 바꾸는’ 힘
1. 비판적 문식성이란 무엇인가?
비판적 문식성(critical literacy)은 텍스트(글, 말, 이미지 등)에 나타난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텍스트가 어떤 사회적 힘(권력), 이익 구조, 불평등을 강화하거나 숨기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그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읽기·해석·실천의 능력을 말한다. (천경록, 「사회적 독서와 비판적 문식성에 대한 고찰」, 2014, 18~19쪽 재구성)
핵심은 다음과 같다.
- 텍스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넘어서
- 텍스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를 본다.
- 그리고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를 침묵시키는지까지 묻는다.
- 나아가 그 문제를 인식한 독자가 실제로 변화에 참여하려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즉, 비판적 문식성은 단순한 독해력(reading skill)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을 전제로 한 독해력이다.
2. 왜 ‘비판적’이어야 하는가? (필요성)
비판적 문식성의 관점에서 보면 텍스트는 중립적이지 않다. 모든 텍스트는 특정한 입장, 특정한 가치, 특정한 이익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비판적 문식성이 있는 사람은:
- 텍스트 속 권력 관계를 읽는다.
→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누가 말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가, 누구의 목소리가 강화되고 누구의 경험은 약화·은폐되는가. - 숨겨진 의도를 분석한다.
→ 글쓴이가 노리는 수용자(독자)는 누구인가?
→ 설득하려는 방향은 무엇인가?
→ 특정 집단이나 생각을 정상·합리로 만들고 다른 입장을 주변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 저항적으로 읽는다.
→ “그렇게 말하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봐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가?”
→ 글쓴이의 관점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대신 비판적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반대로 비판적 문식성이 충분하지 않은 독자는 텍스트의 표면 의미, 즉 “겉으로 드러난 주장이나 정보”만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작동하는 힘의 불균형을 문제 삼지 못할 위험이 있다.
정리하면, 비판적 문식성은 ‘그 말이 사실인가?’를 넘어서 ‘왜 그 말을 지금 이 방식으로 했는가?’를 묻는 능력이다.
3. 비판적 문식성과 기능적 문식성의 차이
교육적으로 자주 비교되는 두 용어가 있다.
기능적 문식성 (functional literacy)
- 텍스트의 기본 의미를 이해하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 예: 글의 주제 파악, 중심 내용 요약, 정보 확인, 지시 사항 이해 등
- 학교 국어 수업에서 흔히 ‘독해력’, ‘내용 파악 능력’이라고 부르는 수준
비판적 문식성 (critical literacy)
-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 그 의미가 사회적으로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어떤 가치와 이념을 전제로 하는지, 어떤 목소리를 억압하는지까지 분석
- 텍스트를 둘러싼 생산(누가 왜 썼는가), 유통(누가 확산시키는가), 수용(누구에게 받아들여지도록 설계되었는가)의 과정 전체를 문제 삼는다.
즉, 기능적 문식성은 ‘이 글은 무슨 말인가?’,
비판적 문식성은 ‘왜 이런 말이 이 방식으로 유통되는가?’라고 묻는다.
이 차이는 단순한 난이도 차이가 아니라, 독자를 수동적 소비자에 머무르게 할 것인가, 능동적 시민으로 세울 것인가의 차이이기도 하다.
4. 비판적 문식성이 요구하는 세 가지 관점
비판적 문식성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공통 요소는 다음 세 가지다. (천경록, 2014 재구성)
- 사회·문화적 쟁점에 집중하라.
텍스트는 현실 사회의 갈등, 불평등, 권력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글을 읽을 때 “이 글은 어떤 사회 문제와 연결되는가?”를 묻도록 한다. - 획일성을 넘고 다양한 관점을 확보하라.
단일한 관점만 ‘정답’처럼 주어지는 상황 자체를 의심하라.
다른 목소리(소수자, 약자, 지역적 관점, 세대적 관점 등)가 지워져 있지 않은지 점검한다. - 사회 정의와 실천을 지향하라.
분석에서 끝내지 말고, 부당한 힘의 관계나 불평등이 드러났다면 그것을 문제 삼고 바꾸려는 태도까지 요청한다.
즉, 올바른 읽기는 곧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를 둔다.
이 세 요소는 곧 “읽기 = 시민적 참여의 시작”이라는 교육 철학과 직결된다.
5. 프레이리(Paulo Freire)와 비판적 문식성
비판적 문식성의 이론적 배경에는 프레이리(Paulo Freire)의 교육 철학이 자리한다.
프레이리는 억압받는 사람(피억압자)이 스스로 현실을 인식하고 억압 구조를 바꾸어 갈 수 있도록, 교육을 ‘해방의 장치’로 보았다. 그는 이를 “문제 제기식 교육”으로 설명한다.
그에게서 ‘읽는다’는 것은 단지 “텍스트(문장)를 읽는다”가 아니라
“세계(world)를 읽는다”였다.
그래서 그의 저서 제목은 아예
『리터러시: 리딩 더 월드 앤드 더 월드 (Literacy: Reading the Word and the World)』
즉, “글자를 읽는 동시에 세상을 읽어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레이리는 남미의 가난한 민중을 대상으로 한 성인 문해 교육에서, 글자를 읽게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처한 현실(빈곤, 억압, 불평등 구조)을 이해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힘을 길러 주고자 했다.
이는 비판적 문식성의 핵심 정신과 직결된다.
정리하면, 비판적 문식성은
- “읽기”를 사회적 해방의 과정으로 본다.
- 문해(문자 해독)를 곧 사회 참여 능력과 연결한다.
- 독자를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변화의 주체로 세운다.
6. 텍스트는 글자만이 아니다: 시각·미디어 텍스트까지
비판적 문식성은 인쇄된 글(문장)만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사진, 광고 이미지, 뉴스 영상, SNS 카드뉴스, 유튜브 영상 썸네일 같은 시각·멀티미디어 텍스트도 모두 분석 대상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 오늘날 사람들의 인식은 활자보다 이미지와 영상, 반복 노출되는 프레이밍(틀 짓기)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 따라서 “누구의 이미지는 미화되고 누구의 이미지는 깎이는가”,
“어떤 집단은 ‘문제적’으로 묘사되고 있지는 않은가”,
“어떤 목소리는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가(침묵시키기)”,
“어떤 관점은 의도적으로 과장되거나 ‘당연한 것’처럼 포장되는가”
등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 문식성은 이런 과정을 통해
강화되고 있는 것(권력화), 약화·축소되고 있는 것(비가시화), 평가 절하되는 것(낙인화), 아예 침묵당한 것(배제)을 찾아내는 안목을 기르게 한다. (천경록, 2014 재구성)
7.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지도 관점)
교실에서 비판적 문식성을 지도할 때 강조할 수 있는 질문 틀은 다음과 같다.
- 이 텍스트는 누구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있는가?
반대로, 누구의 목소리는 빠져 있는가? - 이 텍스트는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누구의 이익은 무시되거나 손해 보는가? - 이 텍스트는 어떤 가치를 ‘정상’으로 만들고 있는가?
예: 경쟁, 효율, 순응, 전통, 성장, 복지, 안전 등
그리고 그 가치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고 있는가? - 읽은 다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는가?
즉, 이 텍스트는 독자에게 어떤 행동(동의, 구매, 지지, 침묵, 분노 등)을 요구하고 있는가? - 나는 그대로 동의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해석 가능성을 제시할 것인가?
→ 바로 이 지점에서 ‘저항적 읽기’가 시작된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비난 훈련이 아니다. 학생이
- 텍스트의 권위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 책임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대안을 언어화하도록 하는
“성숙한 시민 읽기”의 훈련이다.
8. 핵심 정리 (스크랩용)
- 비판적 문식성: 텍스트에 숨은 권력 관계, 불평등, 이념, 의도를 읽어내고 이에 대해 의식적으로 반응하고 실천하려는 능력.
- 목표: 단순 이해(수용) → 분석(비판) → 성찰 → 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읽기.
- 기능적 문식성과의 차이: 표면적 의미 파악에 머무르지 않고, 텍스트의 생산·유통·수용을 둘러싼 힘의 구조까지 본다.
- 프레이리의 관점: 글자를 읽는 것은 곧 세상을 읽는 일이며, 억압 구조를 인식하고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다.
- 다루는 텍스트의 범위: 인쇄 글뿐 아니라 사진, 광고, 영상, SNS 등 모든 매체.
- 교육적 의의: 학생을 수동적 수용자에서 능동적 시민으로 전환시키는 읽기 훈련이다.
정리하면, 비판적 문식성은 단순히 “의심하며 읽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 글이 사회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고, 필요한 경우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까지 가는 책임 있는 독서 태도다. (천경록, 2014, 18~19쪽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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