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독해 과정의 동시성― 독서는 ‘1단계 → 2단계 → 3단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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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 과정의 동시성― 독서는 ‘1단계 → 2단계 → 3단계’가 아니다

by GUGEORO 202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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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추론적·비판적·감상적·창의적 읽기는 차례로 일어나는 단계가 아니다. 실제 독서는 이해, 정서 반응, 비판, 예측, 요약 등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구성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독해 과정의 동시성
― 독서는 ‘1단계 → 2단계 → 3단계’가 아니다


1. 독해는 ‘순서’가 아니라 ‘동시 작용’이다

우리는 흔히 읽기를 “1단계: 사실적 이해 → 2단계: 추론 → 3단계: 비판 → 4단계: 감상 → 5단계: 창의적 재구성”처럼 직선적 절차로 설명한다. 지도·평가 편의상 단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독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 정보를 파악하고(사실적 읽기),
  • 숨은 의도나 맥락을 추론하고(추론적 읽기),
  •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비판적 읽기),
  • 감정적으로 반응하고(감상적 읽기),
  •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창의적 읽기).

이 과정들은 따로따로, 순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거의 동시에, 서로를 자극하면서 이루어진다.

즉, 독해란 “읽은 다음 생각한다”가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고 상상하는 활동”이다.


2. 인지 모형으로 본 독해 과정

연구에서는 독해를 여러 하위 과정으로 나누고, 이 과정들이 원형(둥근 배열)으로 배치된 모형을 제시한다. 중요한 의미는 다음 두 가지다.

  1. 원형 배치
    → 각 과정이 일렬 순서가 아니라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을 시각화한다.
    → “먼저 A를 끝내야만 B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보면 실제 독서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2. 양방향 화살표
    → 각 과정은 ‘의미 구성’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이미 형성되고 있는 의미가 다시 그 과정들에 영향을 준다는 식의 상호작용을 보여 준다.
    → 쉽게 말하면 “해석하려고 읽다 보면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 때문에 다시 해석을 수정한다” 같은 흐름이다.

이 모형은 독해를 다음과 같은 묶음으로 설명한다.

(1) 해독하기

  • 음운 단서(글자-소리),
  • 통사 단서(문장 구조),
  • 의미 단서(단어·문맥의 의미)를 활용해 낱말을 읽어내는 과정.
    독자는 글자를 소리나 의미와 연결하며 텍스트를 “들어올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중요한 점: 해독과 독해는 실제 상황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해독이 원활할수록 이해는 수월해지고, 반대로 텍스트의 의미를 예상하고 이해한 내용이 다시 낱말 해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즉, 단어를 읽어내는 기술조차 독립적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 과정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2) 문장 이해하기

  • 어구 나누기(문장을 어떻게 끊어 읽을지),
  • 세부 내용 선택하기(각 문장에서 핵심이 되는 정보는 무엇인지)
    를 통해 한 문장 안에서 의미 단위(주어, 핵심 서술어, 핵심 정보 등)를 파악한다.
    이는 ‘사실적 이해’의 핵심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3) 문장 연결하기

  • 앞 문장과 뒷 문장의 관계를 파악한다.
    • 지시어나 대응 표현(“그것”, “이러한 문제”, “그 사람” 등)이 가리키는 대상이 뭔지 이해하기,
    • 연결어/접속어(그러나, 그래서, 한편 등)를 통해 논리적 관계 파악하기,
    • 생략된 정보(글에 쓰이지 않았지만 전제된 의미)를 추론하기 등.
      이 단계는 단일 문장을 넘어서 문맥적 연결, 즉 담화 차원의 이해를 다룬다. 여기서는 이미 추론적 읽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4) 글의 전체 이해하기

  • 조직하기(글 전체 구조를 파악해 흐름을 잡는 것),
  • 요약하기(중복 정보나 부차적 정보는 덜어내고 핵심을 재구성하는 것).
    이 단계에서는 독자가 “이 글은 결국 무엇을 말하려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시작한다. 사실적 이해와 추론적 이해가 정리되어 하나의 중심 흐름으로 묶인다.

(5) 정교화(elaboration)

정교화는 단순 이해를 넘어서 독자가 텍스트를 자기 사고 체계로 끌어오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여러 하위 작용이 포함된다.

  • 예측하기
    →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혹은 이 주장이 앞으로 어떤 결론으로 갈지를 미리 짐작한다.
    → 이는 추론적 읽기 능력과 연결된다.
  • 사전 지식 사용하기
    →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배경지식(사회·문화·경험적 지식)을 끌어와 글의 의미를 보강한다.
    → 이때 독자의 경험이 글의 해석을 방향짓는다.
  • 정서적·심미적 반응하기
    → 바로 감상적 읽기(감동, 공감, 울림 등)에 해당한다.
    → 독자는 글을 읽으며 “이건 정말 아프다”, “이건 아름답다”, “이건 부당하다”라는 식으로 정서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감정 반응은 단순 부수 현상이 아니라 의미 구성의 일부다. 감정은 독자의 해석을 강화하거나 수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 심상 형성하기
    → 머릿속에 장면, 인물, 상황을 영상처럼 그려 보는 과정이다.
    → 독서 중 떠올리는 심상(상상 이미지)은 이해를 구체화하고 몰입을 높인다.
  • 비판적·창의적 생각하기
    → 글의 타당성·공정성을 점검하고(비판적 읽기),
    글에 없는 새로운 해결책이나 해석 가능성을 떠올린다(창의적 읽기).
    → 즉, “이건 맞는가?”를 넘어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까지 나아간다.

정교화는 감정, 상상, 비판, 창의성까지 폭넓게 품고 있다. 한마디로, 독자가 글을 “자기 것”으로 재가공하는 단계이자 과정이다.

(6) 전략의 선정, 평가·조절(상위 인지)

  • 독해 점검: “지금 이 문단을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 학습 전략 사용: “이 부분은 중요한데 표시해 둬야겠다”, “여긴 다시 읽자.”
  • 전략 조절: “방금은 감정적으로만 반응했네. 근거도 한번 찾아 보자.” / “이건 너무 어려우니 문장을 잘게 끊어 보자.”

이 영역은 상위 인지(metacognition) 영역이다. 즉, 독자는 자기 읽기 과정을 스스로 감시하고 조정한다.
이 상위 인지적 조절은 모든 과정에 영향을 주고, 동시에 그 과정들에서 얻은 의미가 상위 인지 전략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3. 핵심: 감상(정서적 반응)도 다른 과정들과 ‘따로 노는 게 아니다’

위 모형에서는 감상적 읽기(정서적·심미적 반응하기)가 정교화의 한 하위 요소로 포함돼 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 감정적으로 크게 반응한 장면은 더 깊은 이해와 기억을 촉발한다.
  • 강한 감정은 “왜 이렇게 느끼지?”라는 자기 질문을 불러오고, 그 질문은 다시 비판적·추론적 사고로 이어진다.
  • 반대로 비판적으로 읽다 보면, 부당함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더 강렬해진다.

즉, 감정(감상)은 이성과 분리된 부수 효과가 아니라 “의미 구성”에 참여하는 정식 요소다.


4. 교실 지도에서 이 관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교사는 수업에서 “오늘은 사실적 이해만 볼 거야”처럼 특정 과정에 초점을 맞춰 지도할 수 있다.
예: 중심 내용 찾기 수업, 추론하기 수업, 비판적으로 읽기 수업 등.

하지만 실제 학생의 읽기에서는

  • 중심 내용 파악,
  • 의도 추론,
  • 정서적 반응,
  • 비판과 재구성,
  • 상위 인지적 점검
    이 서로 오가며 동시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 말은 곧

  1. 수업에서 한 요소만 강조한다고 해서 나머지가 꺼지는 것이 아니며,
  2. 학생의 발화를 평가할 때도 “지금은 그 친구가 비판적으로 말하고 있는 중이구나” “지금은 정서적으로 반응하고 있구나”처럼 복합적인 반응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즉, 좋은 독서 교육은 ‘단계별 통과식’ 훈련이 아니라 ‘동시에 얽힌 여러 이해 작용을 인식시키고 조정하는 훈련’에 가깝다.


5. 정리 (수업용 핵심 요약)

  • 독해는 선형 단계(1→2→3)가 아니다.
    사실적 읽기, 추론적 읽기, 비판적 읽기, 감상적 읽기, 창의적 읽기는 실제로 동시에, 상호작용하며 일어난다.
  • 독해 과정은 크게
    해독하기 → 문장 이해하기 → 문장 연결하기 → 글 전체 이해하기 → 정교화 → (상위 인지를 통한) 전략 조절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서로를 밀고 끌어당긴다.
  • 정교화 안에는 예측하기, 사전 지식 사용하기, 심상 형성하기, 비판적·창의적 사고, 그리고 정서적·심미적 반응(감상) 이 포함된다. 감상은 곁가지가 아니라 의미 구성 과정의 한 축이다.
  • 상위 인지(전략 선정·점검·조절)는 모든 과정을 관리·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즉, 숙련 독자는 읽으면서 끊임없이 자기 전략을 바꾸고 있다.

출처: 천경록·이경화·서혁, 『독서 교육론』, 박이정, 2010, 18~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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