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단순한 정보 수용이 아니다. 독자는 중심 내용 파악 → 의도 파악 → 비판 → 생산적 대안 제시로 나아가며, 이 전 과정에서 분석, 추론, 평가, 상위 인지가 총동원된다.
― 글을 읽는 것은 곧 생각하는 일이다
1. 읽기는 ‘정보 받기’가 아니라 ‘사고(思考) 과정’이다
우리가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글자의 의미를 해석하는 단순 행위가 아니다.
독자는 글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사고를 동시에 사용한다. 이 사고 과정은 교육적으로 단계화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학생에게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생각이 어떤 수준인지”를 자각시키고 지도할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도 이 점은 이미 체계화되어 왔다.
- 2015 개정 독서 교육과정은 독해 과정을
사실적 읽기 → 추론적 읽기 → 비판적 읽기 → 감상적 읽기 → 창의적 읽기
로 구분한다. - 제시된 자료(연구자 설명)는 이를 인지 작용 측면에서
중심 내용 파악 → 의도·목적 파악 → 비판적 이해 → 생산적 이해
의 네 단계로 정리한다.
두 분류는 서로 대응한다.
| 중심 내용 파악 단계 | 사실적 읽기 |
| 글쓴이의 의도·목적 파악 단계 | 추론적 읽기 |
| 비판적 이해 단계 | 비판적 읽기 |
| 생산적 이해 단계(새로운 대안 제시 등) | 창의적 읽기 |
→ 이 표에서 알 수 있듯, 읽기 능력은 단순 요지 파악에서 끝나지 않고 ‘비판’과 ‘생산’으로까지 뻗어 간다. 즉, 읽기는 사고력 교육 그 자체다.
2. 예문으로 본 독자의 이해 수준 4단계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고 하자.
“우리나라의 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대학 입시에 실패해도 단념하지 않고 ‘가시밭길’을 감수하며 재도전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낭비일 뿐이며, 최선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 글을 읽은 후 독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대체로 다음 네 단계로 나뉠 수 있다.
① 중심 내용(요지) 파악
“아, 이 글은 ‘대학 진학만이 최선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네.”
→ 글의 겉으로 드러난 주장과 핵심 내용을 정리한다.
→ 이는 글이 무엇을 말하는가(내용)를 정확히 추출하는 단계다.
② 글쓴이의 의도·목적 파악
“이 글은 학부모와 학생을 설득하려는 거네. ‘대학만 바라보는 사고방식은 잘못됐다’고 생각을 바꾸게 하려는 거야.”
→ 왜 이 주장을 했는가? 누구를 겨냥했는가?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 단순 요지 파악보다 한 단계 높은 이해다. 의도는 통상 표면에 직접 적히지 않기 때문에 추론이 필요하다.
③ 비판적 이해(비판)
“잠깐, 필자는 ‘대학 집착 = 낭비’라고 단정하는데, 그건 너무 한쪽 면만 본 거 아닌가? 개인에게는 대학 재도전이 실제로 기회일 수도 있잖아. 이 글은 다른 가능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네.”
→ 글의 주장과 근거를 점검하고, 편향·과장·일반화 여부를 비판한다.
→ 즉,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타당성·공정성·합리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④ 생산적 이해(대안 제시)
“대학 집착 현상을 고치려면 개인에게 ‘마음가짐을 바꿔라’라고만 말할 게 아니라, 학력 대신 실력을 평가하는 사회 구조로 바꾸는 제도적 대안이 먼저 아니야?”
→ 글에 없는 해결책을 새로 제안한다.
→ 이는 단순 반박이 아니라, 문제를 사회적 구조·제도 차원에서 재구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창의적 사고다.
정리하면,
- ①은 “무엇을 말했는가”
- ②는 “왜 말했는가”
- ③은 “그 말은 타당한가”
- ④는 “그 말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다.
이 네 단계가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의 답변 형태로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이 어느 층위까지 올라와 있는지를 진단할 수 있다.
3. 각 단계에서 작동하는 사고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1) 중심 내용(요지) 파악 단계
- 문장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다.
예: “우리나라 학부모/학생은 (주어) … 대학 진학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서술).” - 문장을 구성 요소 단위로 나누어 해석한다.
예: “고등학교 졸업 후 /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 최선의 길이다”처럼 의미 단락을 분절해 파악한다. - 문장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한다.
예:
1문장: 일반적 사고방식(대학이 최선) →
2문장: 그로 인한 행동(입시 실패 후에도 재도전) →
3문장: 필자의 가치 판단(그건 낭비다). - 핵심 정보를 추려 중심 내용을 만든다.
- 비유적 표현(“가시밭길”)도 맥락 속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즉, 표면적 단어의 이미지까지 이해해야 요지가 정리된다.
이 단계는 기본적으로 사실적 읽기 / 중심 내용 파악에 해당한다.
(2) 의도·목적 파악 단계
- “필자는 왜 이런 식으로 말했는가?”를 묻는다.
- 글의 대상(청중), 글쓴이의 태도(비판? 경고? 설득?), 기대 효과(사고 전환 요구 등)를 추론한다.
- 글의 흐름을 예측한다.
→ “이후 문단에서는 아마 ‘왜 대학 집착이 낭비인가’를 근거로 제시하겠구나” 같은 식으로 다음 전개를 미리 예상한다.
이건 단순 요지 파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추론적 읽기다.
(3) 비판적 이해 단계
- 글의 주장과 근거의 타당성, 공정성, 설득 방식의 한계를 점검한다.
- “필자는 한쪽 면만 보고 있지 않은가?”
- “근거는 충분한가, 일반화를 과도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 “다른 관점이나 예외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는가?”
이 단계에서 독자는 글에 끌려가는 소비자가 아니라, 글을 심사하는 평가자 위치에 선다. 이는 비판적 읽기에 해당한다.
(4) 생산적 이해 단계
- 단순히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 문제 상황을 구조적으로 다시 보고, 대안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개인의 의식 개선”이 아니라 “사회 제도의 평가 방식을 바꾸자.”) - 제시된 텍스트의 틀을 넘어 새로운 해결 가능성을 탐색한다.
- 결과를 상상하고 적용 가능성까지 가늠해 본다.
이건 곧 창의적·생산적 읽기에 해당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이해다.
4. 이 모든 과정은 ‘문제 해결’이며, 그 위에는 상위 인지가 있다
위 네 단계는 단순히 차례로 한 번씩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독해 전 과정에 걸쳐 반복적으로 교차 작용한다. 이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읽기는 곧 문제 해결(process of problem solving) 이라는 점이다.
독자는 읽는 동안 계속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
- 이 문장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분석, 해석)
- 앞 문장과 뒷문장은 어떤 관계인가? (연결, 조직)
- 글 전체가 말하려는 바는 무엇인가? (통합, 요약)
- 비유적 표현은 실제로 무엇을 가리키는가? (추론)
-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까? (예측)
- 필자의 의도는 정당한가? (평가)
- 현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창출)
즉, 읽기란 끊임없는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이다.
무엇을 중심 정보로 취할지, 무엇을 버릴지, 어떤 해석을 채택할지, 어떤 반론을 세울지 독자는 계속 선택하고 조정한다.
그리고 이 전 과정을 관리·점검하는 상위 기능이 있다. 이것이 바로 **상위 인지(metacognition)**다.
- 내가 지금 제대로 이해했나?
- 이 해석은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 다른 근거는 없나?
- 방금 세운 결론은 앞 문단과 충돌하지 않는가?
- 지금은 ‘요지 파악’ 단계인가, 아니면 ‘비판’ 단계인가?
상위 인지는 독해자의 전략을 그때그때 조정하게 만든다. 이해가 잘 안 되면 다시 문장을 쪼개 읽고(분석 전략으로 회귀), 흐름이 잡히면 다시 필자 의도를 예측하는 추론 전략으로 올라간다. 이 유연성이 곧 숙련 독자의 특징이다.
5. 정리: 읽기 = 사고력 종합 훈련
한 편의 글을 이해하는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사고 요소가 전부 동원된다.
- 주의 집중
- 정보 수집
- 기억과 선택
- 분석(문장 단위 분해)
- 조직·종합(문장 간 관계와 글 전체 구조 파악)
- 추론(숨은 의미 복원, 의도 추정, 전개 예측)
- 평가(타당성·공정성 점검, 비판)
- 창출(새로운 해결책 제시)
- 의사 결정(무엇을 중심으로 삼을지 선택)
- 상위 인지(스스로의 이해 과정을 점검, 전략 조정)
결국 읽기는 기계적으로 ‘글을 따라가는’ 활동이 아니라,
분석적 사고(수렴적 사고)와
새로운 대안 제시(발산적 사고)가 동시에 작동하는 고도 복합 사고 훈련이다.
따라서 독서 교육은 곧 사고력 교육이며, 읽기 능력을 기른다는 것은 사고의 깊이와 폭, 그리고 자기 점검 능력까지 함께 기르는 일이다.
인용
이삼형 외, 『국어 교육학과 사고』, 역락, 2007, 228~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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