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단순히 ‘마음이 느껴졌다’가 아니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감정을 함께 느끼며, 그 이해를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는 종합적 능력이다. 감상적 읽기의 핵심 토대가 되는 공감의 개념을 정리한다.
공감의 개념 정리
― 감상적 읽기의 출발점, ‘공감’은 감정이입만이 아니다
1. 감상적 읽기와 공감은 왜 연결되는가?
감상적 읽기는 단순히 “재밌었다”라고 말하는 수준의 독서가 아니다. 감동, 공감, 깨달음, 성찰, 실천까지 이어지는 읽기이다.
이때 출발점이 되는 능력이 바로 공감이다. 글 속 인물이나 글쓴이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과 처지를 느끼고, 그 의미를 내 삶과 연결하려면 공감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즉, 감상적 읽기에서 공감은 ‘좋은 감정’이 아니라 ‘텍스트와 깊이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다.
2. 공감의 기본 정의: “나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
공감(共感)은 사전적으로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으로 풀이된다.
원래는 심리학과 상담 장면에서 사용되던 개념이며, 본질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이 전통적 이해에서는 공감이 주로 정서적 현상으로 설명되었다. 예술 감상의 영역에서도 공감은 ‘작품이 불러일으킨 감정이 독자에게 공유된다’, 즉 ‘공유된 느낌(shared feeling)’을 얻는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공감은 단순 감정이입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현대 교육, 특히 가치 교육과 읽기 교육에서는 공감을 보다 넓은 작용으로 본다.
3. 현대적 공감: 감정만이 아니라 이해까지 포함된다
최근 가치 교육에서는 공감을 이렇게 본다.
→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타인의 입장과 관점을 실제로 취해 보려 하고, 그 결과로 그 사람의 처지에 알맞은 정서적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능력.
여기서 중요한 점은 두 가지다.
- 공감은 정서적 반응(같이 슬퍼하기, 같이 기뻐하기)만이 아니다.
- 공감에는 인지적 과정(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그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어떻게 보일까?)이 함께 들어 있다.
즉, 공감은 “느낌”이면서 동시에 “이해 노력”이다.
4. 공감의 두 축: 인지적 역할 수용 / 정서적 역할 수용
언더우드 & 무어(Underwood & Moore, 1982), 모너핸(Monahan, 1987) 등은 공감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 인지적 역할 수용 (cognitive role-taking)
- 타인의 생각, 관점,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능력
- “저 사람은 왜 저 말을 했을까?”, “저 인물은 지금 어떤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까?”를 이해하는 쪽
- 정서적 역할 수용 (affective role-taking)
- 타인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감정에 가깝게 반응해 주는 능력
- “저 인물은 지금 두렵겠지”, “저 장면에서 느꼈을 상실감이 이런 거겠구나”라고 정서적으로 동반하는 쪽
이 구분은 매우 교육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감상적 읽기에서 학생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눈물이나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그 인물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제대로 짚고, 그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5. 텍스트에 대한 공감: 사람 간 공감과 완전히 같을까?
공감은 본래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용어였지만, 최근 독서·문학 교육에서는 그 대상을 “텍스트”로 확장해 이해한다. 즉, 독자와 텍스트 사이에도 공감이 가능하다고 본다.
연구자들은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 김효정(2007): 공감은 “나(주체)와 타자(인물·화자 등)가 구별된 존재임을 인식하면서도, 타자의 상황을 지각·이해하고 타자의 감정에 인접한 감정을 느끼는 상태이자 그 작용”이다.
즉, 완전히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되, 타자의 자리에 가 본 듯이 느끼는 능력이다. - 정효진(2012): 공감은 “주체와 타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돕는 기제”이다. 공감은
(1) 대상의 관점과 역할을 수용하는 인지적 과정과
(2) 대상과 정서를 공유하는 정서적 과정
두 측면을 모두 거치는 복합적 과정으로 제시된다.
이 말은 곧, 소설 속 인물이나 수필의 화자, 혹은 논설문의 발화자에게 반응할 때도 독자는 단순히 “슬펐다”라고만 느끼는 게 아니라
“왜 저 사람은 저런 말투를 쓰지?”, “왜 저 장면에서 포기하지 않았을까?”처럼 인지적 추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6. 공감의 세 구성 요소: 인지, 정서, 사회 기술
최경순(2013)은 공감을 단일 감정이 아니라 세 요소가 결합된 능력으로 정리한다.
(아래는 감상적 읽기 지도 시 그대로 활용 가능한 구분이다.)
- 인지적 공감 능력
- 타인의 관점이나 역할을 수용하는 능력
- 즉, “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는 사고의 이동 능력
- 독서 상황에서는 ‘등장인물/화자의 시점’을 의식적으로 따라가 보는 활동과 연결된다.
- 정서적 공감 능력
- 대상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거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감정으로 반응하는 능력
- 반드시 그대로 동일한 감정만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글 속 인물이 절망을 느끼는 장면에서 독자는 안타까움이나 보호 충동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정서적 반응”으로서 공감에 포함된다.
- 사회 기술 공감 능력
- 이해하고 느낀 것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고, 실제 조력 행동까지 이어지게 하는 능력
- 즉 “네가 그런 마음이었다면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말해 주거나, 문제 상황에서 도움을 실천하려는 태도까지 포함된다.
- 독서 활동 맥락에서는 자신의 느낀 점을 말이나 글로 풀어내고, 다른 독자의 반응을 지지·확장해 주는 소통 능력과도 연결된다.
- 여러 연구자들이 공감 과정을 설명할 때 ‘공감은 공유된다’, ‘언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감은 내면에서만 끝나는 감정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드러나야 완성된다.
즉, 공감은 “마음만 같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해(인지) → 느낌(정서) → 표현·행동(사회 기술)
이라는 복합 구조를 가진 능력이다.
7. 문학 교육에서의 공감: 왜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나?
정리하면, 문학에서 공감은 두 방향으로 작용한다.
- 독자 ↔ 텍스트(작품) 소통
- 독자는 텍스트 속 인물·화자와 ‘대화’하듯 읽는다.
- 인지적 공감(입장 이해)과 정서적 공감(감정 공유)이 모두 발휘된다.
- 독자 ↔ 독자 소통
- 독자들끼리 “나는 이 장면에서 이렇게 느꼈어”라고 말하고,
“나는 다르게 느꼈어”라고 응답하며 서로의 감정과 해석을 나눈다. - 이때 사회 기술 공감 능력(상대의 반응을 존중하고 언어로 지지·확장해 주는 능력)이 필요하다.
- 독자들끼리 “나는 이 장면에서 이렇게 느꼈어”라고 말하고,
이렇게 보면, 공감은 단순한 감상 태도가 아니라 문학 수업에서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기제다.
학생은 작품의 인물을 이해하는 동시에, 친구의 반응을 존중하고, 자신의 감정을 말로 드러내는 훈련을 하게 된다. 이것이 감상적 읽기의 질을 끌어올린다.
8. 핵심 정리 (수업/지도용 요약)
-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같이 느낀다” 수준을 넘는다.
→ 타인의 관점과 처지를 이해(인지), 그 감정에 반응(정서), 그 반응을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사회 기술)하는 복합 능력이다. - 감상적 읽기에서 공감은 필수다.
→ 독자는 텍스트 속 인물·화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을 함께 느끼고, 그 의미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온다.
→ 동시에 다른 독자와 그 감정을 소통하며 자신의 해석을 조정해 간다. - 문학 수업에서 공감은 단지 ‘눈물 흘리기’가 아니라,
→ 내 감정을 언어화하고,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며, 관계 속에서 의미를 공유하는 과정이다.
→ 따라서 공감은 감상적 읽기를 깊게 만들고, 나아가 공동체적 소통 능력까지 길러 준다.
출처: 곽춘옥, 「공감적 읽기를 위한 동화 낭독」, 『독서 연구』 제31호, 한국독서학회, 2014, 293~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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