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글만 읽는 행위가 아니다. 독자는 정보를 처리하고 의미를 구성한다. 상향식·하향식·상호작용 모형은 독자가 어떻게 글을 이해하는지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읽기 이론이다. 각 모형의 특징과 교육적 시사점을 정리한다.
― 상향식 모형 · 하향식 모형 · 상호작용 모형,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1. 왜 ‘독서 과정 모형’을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책이나 글을 읽을 때 단순히 글자를 해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한 이해 과정을 거칩니다.
읽기는 세 요소의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 글쓴이(필자): 어떤 목적과 의도로 글을 쓴다.
- 텍스트(글 자체): 어휘, 문장, 논리, 구성 방식이 담겨 있다.
- 독자(읽는 사람): 배경지식, 기대, 목적, 해석 방식이 있다.
특히 “독자”에 주목하면 중요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독자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같은 글이라도 의미 구성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읽기는 고정된 의미를 받아 적는 작업이 아니라, 독자가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독자는 어떻게 의미를 구성하는가?”를 설명하려고 제시된 대표적인 읽기 이론이 바로 다음 세 가지 모형입니다.
- 상향식 모형 (Bottom-up model)
- 하향식 모형 (Top-down model)
- 상호작용 모형 (Interactive model)
이 세 모형은 읽기 교육, 독해 전략 지도, 수능형 비문학 해석, 모든 곳에서 기본 틀로 쓰입니다.
(한국어문교육연구소, 『독서 교육 사전』, 교학사, 2006, 83~84쪽 재구성)
2. 상향식 모형 (Bottom-up Model)
2-1. 핵심 관점
상향식 모형은 1960년대 중반까지 읽기를 설명하는 주된 관점이었고, 초기 독해 연구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읽기는 아주 작은 단위 → 점점 더 큰 단위로 확장되는 단계적 처리 과정입니다.
고프(Gough)의 설명을 빌리면, 독자는 ‘벽돌을 하나씩 쌓는 것처럼’ 글자를 해독하고, 그 해독 결과를 조합해 문장을 이해하고, 문장을 모아 글 전체의 의미에 도달합니다.
즉, 정보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상향식으로 진행됩니다.
- 철자(낱글자) 인식
- 음운 해독(글자를 소리로 전환)
- 단어 인지
- 문장 이해
- 담화(글 전체 맥락) 이해
- 스키마(배경지식)와의 연결
우선 글에 있는 정보를 정확히 받아들이고, 이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의미를 만든다고 보는 셈입니다.
2-2. 이론적 배경
이 모형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학습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행동주의는 “학습은 간단한 요소에서 복잡한 행동으로 진행된다”라고 봅니다. 즉,
- 부분을 정확히 익히면
- 그 부분이 모여
- 전체가 된다
라는 사고방식입니다.
따라서 상향식 모형은 자료(입력 정보) 자체를 중시합니다. 글에 적힌 문자를 하나도 틀리지 않게 해독하는 능력, 낱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문장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2-3. 누구에게 특히 중요한가?
보통은 독서 초보자나 미숙한 독자가 이런 방식으로 읽습니다.
예: 글자를 해독하느라 바빠 전체 맥락을 아직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단계의 학습자.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유치한 읽기”로 보면 안 됩니다.
정확하게 읽는 힘(철자·어휘·문장 구조)은 상위 읽기 능력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3. 하향식 모형 (Top-down Model)
3-1. 등장 배경
상향식 모형만으로는 실제 독해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는 독자가 모든 글자를 다 읽지 않아도 전체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독자의 배경지식과 기대가 읽기 이해에 강하게 개입한다는 사실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형태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관점이 부각됩니다.
3-2. 형태(Gestalt) 관점
‘형태(Gestalt)’는 ‘통합된 전체’, ‘전체적 구조’를 뜻합니다. 이 관점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 학습은 전체에서 부분으로도 진행된다.
- 전체는 단순히 부분들의 합이 아니다.
- 인간은 처음부터 “전체적인 의미나 패턴”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읽기에 적용하면, 독자는
“이 글은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거겠지”
하고 전체적인 메시지를 먼저 예측하고, 그다음 세부 정보를 그 틀에 맞춰 해석합니다.
3-3. 읽기를 어떻게 보나?
하향식 모형에서는 읽기를
- 독자와 텍스트의 상호작용 과정,
- 글쓴이의 메시지를 독자가 재구성하는 과정
으로 봅니다.
여기서 핵심은 독자가 자기 지식(배경지식, 경험, 가치관 등)을 끌어와서 텍스트를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텍스트에 있는 단서 하나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아마 이런 뜻일 거야”라고 능동적으로 추론하며 읽는 것입니다.
즉, 이 모형은 “독자가 이미 가진 지식과 기대”를 글 해석의 중심 축으로 둡니다.
3-4. 교육적 함의
하향식 모형은
- 배경지식이 풍부한 독자,
- 목적 의식을 갖고 읽는 독자(예: 정책 문건을 비판적으로 읽는 시민, 연구자료를 취사선택해야 하는 학생)
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다만 한계도 있습니다.
독자의 선입견이 너무 강하면, 실제 텍스트와 어긋난 해석을 할 위험도 있습니다. 즉 “내가 알고 싶은 대로만 읽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4. 상호작용 모형 (Interactive Model)
4-1. 기본 관점
상호작용 모형은 “현실의 독자는 상향식과 하향식 방식을 모두 쓴다”는 입장입니다.
즉, 읽기란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두 처리 방식이 동시에 작동하고 필요에 따라 전환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 때로는 글자·문장 단위(상향식)로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 때로는 배경지식과 목적(하향식)으로 큰 틀을 먼저 잡는다.
숙련된 독자는 이 두 전략을 상황에 맞게 오가며 사용한다는 것이 상호작용 모형의 핵심입니다.
4-2. 실제로는 어떻게 작동하나?
상호작용 모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흐름을 모두 인정합니다.
- 하향식 요소
- 독자는 자신의 스키마(배경지식과 인지 구조)를 활성화한다.
- 글의 전개를 예측하거나, 글쓴이의 의도를 추론한다.
- 독자의 목적과 기대(“내가 왜 이 글을 읽고 있는가?”)가 이해에 직접 영향을 준다.
- 상향식 요소
- 독자는 실제 텍스트의 표현, 단어 선택, 문장 구조, 논리 전개에 집중한다.
- 즉, 텍스트 자체가 주는 단서를 근거로 이해를 조정한다.
- 필요하면 글을 낱낱이 분석하여 “정확한 의미”를 확보한 후 다시 전체 맥락에 얹는다.
이 두 흐름은 차례대로만 작동하지 않고, 읽는 동안 계속 상호 점검합니다.
예상(하향식) → 확인(상향식) → 재조정 → 다시 예상… 이런 식으로 왕복합니다.
4-3. 전략 전환의 유연성
상호작용 모형은 독자가 능동적 선택자라고 봅니다.
- 글이 너무 낯설면?
→ 상향식 전략(단어·문장 해석 중심)으로 전환해 기본 의미를 확보한다. - 이미 주제가 익숙하고 빨리 요지를 파악해야 할 때는?
→ 하향식 전략(배경지식·예상 중심)으로 전환하여 전체 흐름을 잡는다.
만약 선택한 전략이 잘 안 먹힌다면, 독자는 다른 전략으로 즉시 바꿉니다. 그 전환 능력이 곧 숙련 독자의 힘입니다.
4-4. ‘상호 작용’의 두 층위
상호작용 모형에서 말하는 상호 작용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집니다.
- 독자 ↔ 텍스트의 상호 작용
독자는 텍스트를 그대로 받아 적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텍스트와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의미를 구성하는 존재다. - 인지 기능들 사이의 상호 작용
예측(하향식)과 확인(상향식), 배경지식과 실제 문장 정보, 목적의식과 어휘 이해가 동시에 결합하여 이해를 완성한다.
이 관점에서는 독자는 읽기의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입니다.
독자의 기존 지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읽는 과정에서 계속 재구성되고 확장되는 역동적 요소로 본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국어문교육연구소, 『독서 교육 사전』, 교학사, 2006, 83~84쪽 재구성)
5. 세 모형의 핵심 비교
| 이해 방향 | 아래 → 위 (철자 → 단어 → 문장 → 글 전체) | 위 → 아래 (전체 의미·의도 예측 후 세부를 해석) | 양방향 (필요에 따라 예측과 확인을 오가며 조정) |
| 중심 자원 | 텍스트 자체의 정보 | 독자의 배경지식, 기대, 목적 | 텍스트 정보 + 독자의 배경지식 모두 |
| 심리학적 배경 | 행동주의: 부분을 쌓아 전체를 만든다 | 형태 심리학(Gestalt): 전체가 먼저 인식되고 부분은 그 아래서 해석된다 | 인지 심리학적 통합: 다양한 처리 전략이 동시에 작동 |
| 주로 나타나는 독자 | 초기 독자, 미숙한 독자 | 배경지식이 풍부한 독자, 목적 지향적 독자 | 숙련 독자(상황에 맞게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독자) |
| 교육적 함의 | 정확한 해독력, 기초 독해력 확보 | 능동적 해석, 추론 능력 강화 | 실제 독해 상황과 가장 유사한 모델, 고급 독해 전략의 현실적 모습 |
6. 수업과 평가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이 세 모형은 이론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 국어 교육과 독해 지도에서 다음과 같이 쓰입니다.
- 기초 읽기 지도(초보·저학년)
- 상향식 모형의 관점이 특히 중요
- 글자 해독, 어휘 이해, 문장 구조 파악 능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
- 비판적 읽기, 추론적 읽기, 시사 텍스트 독해
- 하향식 모형의 요소가 중요
- “필자는 왜 이렇게 말하는가?”, “이 글은 누구를 설득하려는가?” 같은 의도 파악
- 수능형 비문학, 학술적 읽기, 보고서 분석
- 상호작용 모형 관점이 가장 현실적
- 텍스트의 구체 표현(근거)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동시에 배경지식과 목적을 활용해 전체 의미를 조립해 나간다
- 상황에 따라 읽기 전략을 바꾸는 능력 자체가 ‘실력’으로 취급된다
즉, 수업에서 이 모형을 가르치는 이유는 “이론 외우기”가 아니라
“너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읽고 있니? 그 전략이 지금 글에 맞니?”를 자각하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7. 핵심 정리 (스크랩용)
- 읽기는 글쓴이, 텍스트, 독자가 상호 작용하며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 상향식 모형: 글자·단어에서 출발해 의미를 쌓아 올린다. (행동주의 학습관과 연결)
- 하향식 모형: 독자의 배경지식과 기대를 바탕으로 전체 메시지를 예측하고 해석한다. (형태 심리학과 연결)
- 상호작용 모형: 실제 독자는 두 전략을 상황에 따라 오간다. 예측과 확인, 배경지식과 텍스트 근거를 동시에 활용한다.
- 현대 독해 지도에서는 상호작용 모형이 가장 현실적이며, 독자를 ‘의미를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존재’로 본다.
- 결국 독해력은 단순한 해독 능력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읽기 전략을 선택하고 전환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출처: 한국어문교육연구소, 『독서 교육 사전』, 교학사, 2006, 8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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