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 만들기는 설명을 꾸미기 위해 사례를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개념의 중심을 이해한 뒤, 그 뜻이 다른 장면에서도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여 주는 문해력의 표현입니다.

어떤 말을 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뜻도 대충 알고, 설명도 들었고, 문제도 풀어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예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 말이 막힙니다.
그 막힘은 단순한 표현 부족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개념의 중심은 아직 흐리고, 외운 예시만 기억하고 있을 때 이런 일이 자주 생깁니다. 예시 만들기는 그래서 글쓰기 활동이면서 동시에 이해를 확인하는 활동입니다.
- 1. 예시는 장식이 아니라 이해의 증거다
- 2. 예시 만들기란 무엇인가
- 3. 외운 예시와 만든 예시는 다르다
- 4. 예문으로 보는 예시 만들기
- 5. 예시가 개념을 흐리게 만들 때
- 6. 예시를 만들 때 붙잡아야 할 태도
- 7. 이 글에서 남길 한 문장
1. 예시는 장식이 아니라 이해의 증거다
설명하는 글에서 예시는 자주 등장합니다. 어려운 말을 쉽게 보여 주고, 추상적인 개념을 생활 장면으로 옮겨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시는 글을 보기 좋게 만드는 장식이 아닙니다. 예시는 개념이 실제 장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 주는 작은 증거입니다. 그래서 아무 사례나 붙이면 오히려 설명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당성”을 설명할 때 단순히 “좋은 주장”이라는 예를 들면 부족합니다. 타당성은 주장과 근거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예시도 주장과 근거의 연결이 보이는 장면이어야 합니다.
예시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덧붙이는 말이 아니라, 개념이 실제로 작동하는 자리를 보여 주는 말입니다.
좋은 예시는 독자가 “아, 이 말이 이런 장면에서 쓰이는구나” 하고 따라올 수 있게 합니다. 예시가 살아 있을 때 개념은 머릿속 정의가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말이 됩니다.
2. 예시 만들기란 무엇인가
예시 만들기는 배운 개념이나 읽은 내용을 새로운 장면으로 옮겨 보는 글쓰기입니다. 이미 주어진 예를 외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중심을 붙잡고 다른 상황에서 그 뜻을 다시 보여 주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비교”를 배웠다면, 교과서에 나온 예만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책과 영상, 설명과 설득, 비판과 비난, 사실과 의견처럼 새 대상을 놓고도 비교의 기준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새 예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개념을 어느 정도 자기 말로 다룰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시를 만들지 못한다면 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뜻의 중심을 아직 자기 안에서 충분히 움직여 보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 예시가 필요한 자리 | 예시의 역할 | 조심할 점 |
|---|---|---|
| 개념이 추상적일 때 | 보이지 않는 뜻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보여 줍니다. | 장면이 재미있어도 개념과 멀어지면 안 됩니다. |
| 비슷한 말이 헷갈릴 때 | 차이가 드러나는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 한쪽을 억지로 나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
| 설명이 너무 넓을 때 | 설명의 범위를 좁혀 독자가 붙잡게 합니다. | 예시 하나가 전체를 대신한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
| 이해를 확인하고 싶을 때 | 배운 내용을 다른 장면에 옮겨 볼 수 있게 합니다. | 외운 사례를 그대로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아야 합니다. |
예시 만들기는 단순한 보충 활동이 아닙니다. 개념을 읽고, 이해하고, 다시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 말이 정말 내 것이 되었는지 확인하게 해 줍니다.
3. 외운 예시와 만든 예시는 다르다
처음 공부할 때는 주어진 예시를 기억하는 일이 도움이 됩니다. 예시는 낯선 개념을 이해하는 발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속 외운 예시만 반복하면 개념은 좁아집니다.
외운 예시는 특정 장면에 묶여 있습니다. 반면 만든 예시는 개념의 중심을 다른 장면으로 옮겨 봅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문해력에서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반어”를 배울 때 “참 잘했다”라는 말이 반대로 쓰일 수 있다는 예를 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어를 정말 이해했다면, 다른 말에서도 겉뜻과 속뜻이 어긋나는 장면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외운 예시와 만든 예시의 차이
외운 예시 — 이미 들은 장면을 기억해 다시 말합니다.
만든 예시 — 개념의 중심을 붙잡고 새 장면을 구성합니다.
외운 예시 — 특정 문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글에서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만든 예시 — 개념을 다른 글, 다른 상황, 다른 표현으로 옮겨 보게 합니다.
새 예시를 만든다는 것은 마음대로 꾸며 낸다는 뜻이 아닙니다. 개념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다른 상황에서도 그 개념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4. 예문으로 보는 예시 만들기
예시 만들기는 개념을 정확히 붙잡고 있는지 보여 줍니다. 다음 예문을 보겠습니다.
설명할 개념
사실과 의견
뜻만 말한 설명
사실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고, 의견은 사람의 생각이나 판단입니다.
개념을 보여 주는 예시
“오늘 우리 반 결석자는 두 명이다”는 출석부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사실에 가깝습니다. 반면 “우리 반은 요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은 말하는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 있으므로 의견에 가깝습니다. 두 문장 모두 교실 상황을 말하지만, 하나는 확인 가능한 정보이고 다른 하나는 해석이 섞인 판단입니다.
이 예시는 사실과 의견의 차이를 단순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같은 교실 상황 안에서 확인 가능한 말과 판단이 들어간 말을 나누어 보여 줍니다.
예시가 힘을 갖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추상적인 기준을 구체적인 문장 속에서 확인하게 해 줍니다. 독자는 예시를 통해 개념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게 됩니다.
5. 예시가 개념을 흐리게 만들 때
예시는 도움이 되지만, 언제나 설명을 좋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 붙은 예시는 오히려 개념을 흐리게 만듭니다.
가장 흔한 문제는 예시가 너무 재미있는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입니다. 독자는 장면은 기억하지만, 그 장면이 어떤 개념을 보여 주는지 놓칩니다. 예시는 흥미보다 정확성이 먼저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예시 하나로 개념 전체를 닫아 버리는 경우입니다. 하나의 사례는 개념을 보여 주는 창일 뿐, 개념 전체를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감정, 관계, 사회 개념처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말은 하나의 예시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예시가 약해지는 순간
예시가 재미있지만 설명하려는 개념과 멀어질 때
예시 하나로 개념 전체를 대표하게 만들 때
생활 장면은 있는데 기준이 보이지 않을 때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결론을 빨리 정해 버릴 때
예시를 만들 때는 장면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작아도 정확한 장면이면 충분합니다. 한 문장 안에서도 개념의 중심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시가 개념을 대신하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예시는 개념을 열어 주는 문이어야지, 개념을 가두는 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6. 예시를 만들 때 붙잡아야 할 태도
예시를 만들 때 필요한 태도는 정답 사례를 찾는 태도가 아닙니다. 개념이 다른 장면에서도 어떻게 살아나는지 살피는 태도입니다.
먼저 예시가 개념보다 앞서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장면을 먼저 떠올리고 그 장면에 개념을 억지로 끼워 넣으면 설명이 흔들립니다. 예시는 개념의 중심에서 나와야 합니다.
또한 예시는 독자를 대신해 결론을 내려 주기보다, 독자가 개념의 기준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좋은 예시는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대신 “이 장면을 보면 이 개념의 중심이 이렇게 보인다”고 보여 줍니다.
예시를 만들며 스스로 물어볼 질문
이 예시는 설명하려는 개념의 중심을 보여 주는가?
장면은 구체적이지만 뜻은 좁아지지 않는가?
독자가 이 예시를 보고 다른 예시도 떠올릴 수 있는가?
내가 이미 정한 결론을 예시에 억지로 넣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들은 예시 만들기의 공식이 아닙니다. 예시가 장식이나 단정으로 흐르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기준입니다.
문해력을 기르는 예시는 독자를 빨리 설득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개념이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차분히 보여 주며, 독자가 그 개념을 자기 말로 다시 움직여 볼 수 있게 합니다.
7. 이 글에서 남길 한 문장
예시 만들기는 외운 사례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이해한 개념을 새로운 장면으로 옮겨 그 뜻의 중심을 다시 확인하는 문해력입니다.
마무리
예시 만들기는 글을 쉽게 보이게 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개념을 이해했는지, 그 개념을 다른 장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표현의 과정입니다.
좋은 예시는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개념의 중심을 정확히 보여 주고, 독자가 그 예시를 통해 뜻의 기준을 다시 붙잡을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문해력은 뜻을 외우는 힘만이 아닙니다. 뜻을 다른 문장, 다른 장면, 다른 상황으로 옮겨 보며 그 말이 어디까지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힘입니다. 예시 만들기는 그 힘을 가장 작고 분명한 장면으로 보여 주는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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