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기는 내가 아는 내용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말과 흐름으로 다시 세우는 힘입니다.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디에서 막히는지 살피고 그 막힌 지점에 필요한 말과 예를 놓아 주는 일입니다.

아는 것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어떤 개념을 혼자 읽을 때는 이해한 것 같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말이 흩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부족한 것은 지식의 양만이 아닙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상대가 따라올 수 있는 순서와 말로 다시 바꾸는 힘이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은 것입니다. 설명하기는 그래서 단순한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이해를 점검하고 다시 세우는 문해력의 한 과정입니다.
- 1. 설명은 아는 것을 꺼내는 일이 아니다
- 2. 설명하기란 무엇인가
- 3. 설명은 상대의 막힘을 읽는 데서 시작한다
- 4. 예문으로 보는 설명의 차이
- 5. 좋은 설명은 쉬운 말보다 정확한 연결을 가진다
- 6. 설명하는 사람이 붙잡아야 할 태도
- 7. 이 글에서 남길 한 문장
1. 설명은 아는 것을 꺼내는 일이 아니다
설명을 할 때 가장 먼저 생기는 착각은 “내가 아는 만큼 말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설명은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그대로 꺼내 놓는 일이 아닙니다.
설명은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의 모양을 바꾸는 일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당연한 말도 상대에게는 처음 듣는 말일 수 있고, 내가 이미 지나온 개념의 계단이 상대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장과 근거”를 설명한다고 해 봅시다. 설명하는 사람은 두 말의 차이를 이미 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주장도 생각이고 근거도 생각 아닌가?” 하고 헷갈릴 수 있습니다.
설명하기는 내가 아는 것을 많이 말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놓아 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설명은 지식의 양보다 순서와 거리감이 중요합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풀어야 하는지, 어떤 예가 필요한지 살피는 힘이 설명의 바탕입니다.
2. 설명하기란 무엇인가
설명하기는 어떤 대상, 개념, 과정, 이유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주는 표현 활동입니다. 설명에는 보통 “무엇인가”, “왜 그런가”, “어떻게 다른가”, “어디에 쓰이는가”라는 질문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들을 모두 같은 비중으로 나열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개념은 뜻을 분명히 해 주는 것이 먼저이고, 어떤 개념은 비슷한 말과의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또 어떤 내용은 예시를 들어야 비로소 이해됩니다.
| 설명에서 살필 것 | 역할 | 주의할 점 |
|---|---|---|
| 뜻 | 대상이 무엇인지 중심을 잡아 준다. | 사전 뜻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
| 기준 | 무엇을 보고 구분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 기준이 많아지면 오히려 흐려진다. |
| 예시 | 개념이 실제로 쓰이는 장면을 보여 준다. | 재미있는 예보다 정확한 예가 먼저다. |
| 차이 | 비슷한 말과 섞이지 않게 한다. | 억지로 모든 말을 비교할 필요는 없다. |
설명은 정보를 같은 크기로 늘어놓는 일이 아닙니다. 그때그때 독자가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을 고르고, 덜 중요한 것은 뒤로 물리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3. 설명은 상대의 막힘을 읽는 데서 시작한다
좋은 설명은 상대가 모르는 것을 알아맞히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어디에서 멈출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피는 데서 시작합니다.
처음 배우는 사람은 낱말에서 막히고,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개념의 경계에서 막힙니다. 글을 읽는 데 익숙한 사람도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대충 넘어간 말이 뒤에서 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설명이 필요한 자리
낱말이 낯설 때 — 쉬운 뜻풀이와 짧은 예가 먼저 필요합니다.
비슷한 말이 섞일 때 — 차이를 보여 주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과정이 복잡할 때 — 전체 흐름을 먼저 잡아 주어야 합니다.
이미 안다고 착각할 때 — 익숙한 말 안의 빈틈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설명을 잘한다는 것은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지금 이해를 이어 가는 데 필요한 말을 고르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설명하기는 읽기와도 연결됩니다. 글을 읽을 때 내 이해가 어디에서 끊기는지 살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도 상대의 끊기는 지점을 더 잘 알아차립니다.
4. 예문으로 보는 설명의 차이
설명은 한 문장으로 끝낼 수도 있지만, 그 한 문장이 상대에게 실제 이해를 만들어 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다음 예를 보겠습니다.
설명할 말
중심 문장
겉으로만 설명한 문장
중심 문장은 문단의 중심이 되는 문장입니다.
이해를 돕는 설명
중심 문장은 한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생각을 붙잡아 주는 문장입니다. 문단에 여러 문장이 있어도, 그 문장들이 결국 어디로 모이는지 알려 주는 기준 문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단이 스마트폰 사용 증가 때문에 청소년의 독서 시간이 줄어든다는 내용을 설명한다면, 그 문단의 중심 문장은 “스마트폰 사용 증가는 청소년 독서 시간 감소의 한 원인이다”처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설명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에게 새 길을 열어 주지는 못합니다. “중심 문장은 중심이 되는 문장”이라는 식의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설명은 중심 문장의 역할을 보여 줍니다. 문단의 여러 문장이 어디로 모이는지, 왜 그 문장을 기준 문장이라고 부르는지, 실제 문단에서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보여 줍니다.
설명은 긴 문장이어서 좋은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헷갈리던 부분을 조금 더 분명하게 해 줄 때 좋은 설명이 됩니다.
5. 좋은 설명은 쉬운 말보다 정확한 연결을 가진다
설명을 쉽게 해야 한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쉬운 말만 쓰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설명에서 더 중요한 것은 말과 말 사이의 연결입니다.
쉬운 낱말을 써도 연결이 흐리면 독자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조금 어려운 말이 있어도, 그 말이 앞뒤 문장 속에서 충분히 풀리면 독자는 따라올 수 있습니다.
| 설명의 상태 | 문제 또는 장점 | 읽는 사람의 느낌 |
|---|---|---|
| 말은 쉬운데 연결이 약한 설명 | 문장이 따로 놀고 중심이 흐립니다. | 쉬운 것 같은데 남는 것이 없습니다. |
| 정의만 반복하는 설명 | 같은 말을 다른 말처럼 돌려 말합니다. | 처음보다 더 분명해지지 않습니다. |
| 예시만 많은 설명 | 사례는 보이지만 기준이 남지 않습니다. | 재미는 있지만 다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
| 연결이 살아 있는 설명 | 뜻, 기준, 예시가 한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 읽고 나서 자기 말로 다시 말할 수 있습니다. |
문해력을 기르는 설명은 “쉬운 말로 바꾸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왜 그 말이 필요한지, 앞 문장과 뒤 문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예시가 어떤 기준을 보여 주는지까지 살피게 합니다.
설명을 읽은 뒤 독자가 자기 말로 다시 말할 수 있다면, 그 설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이해의 구조를 남긴 것입니다.
6. 설명하는 사람이 붙잡아야 할 태도
설명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태도는 정답을 대신 내려 주는 태도가 아닙니다. 상대가 스스로 이해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의 높이와 순서를 조절하는 태도입니다.
설명을 할 때는 먼저 내가 너무 빨리 결론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하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중간 과정을 쉽게 생략합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는 바로 그 생략된 중간 과정이 가장 어려운 부분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살필 것은 예시의 거리입니다. 너무 가까운 예시는 개념을 좁게 만들고, 너무 먼 예시는 이해를 흩뜨릴 수 있습니다. 좋은 예시는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장면에서 출발하되, 설명하려는 개념의 중심을 정확히 보여 줍니다.
설명할 때 스스로 물어볼 질문
이 설명은 상대가 처음 들어도 따라올 수 있는가?
내가 아는 말을 너무 당연한 것처럼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
예시는 개념의 중심을 보여 주는가, 아니면 분위기만 보태는가?
설명을 들은 사람이 자기 말로 다시 말할 여지가 남아 있는가?
이 질문들은 정답을 찾기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설명하는 사람이 자신의 말의 높이를 점검하기 위한 작은 기준입니다.
문해력을 기르는 설명은 상대를 빨리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대가 어떤 말에서 멈추는지 보고, 그 멈춤을 지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말을 조금 더 놓아 줍니다.
7. 이 글에서 남길 한 문장
설명하기는 내가 아는 내용을 정답처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뜻과 기준과 예시의 연결을 다시 세우는 문해력입니다.
마무리
설명하기는 아는 것을 많이 말하는 힘이 아닙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의 높이와 흐름으로 바꾸는 힘입니다.
좋은 설명은 상대를 앞에 두고 시작합니다. 상대가 무엇을 모르는지 단정하기보다, 어디에서 막힐 수 있는지 살피고, 그 막힌 자리에 필요한 기준과 예시를 놓아 줍니다.
문해력은 읽은 것을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해한 것을 다시 말하고, 다시 쓰고, 다시 설명할 수 있을 때 더 단단해집니다.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을 내 말로 다시 세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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